그래도 살만한 인생

포기하지 않는 용기만큼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위대하다

passanger 2023. 3. 8. 10:10

포기하지 않는 용기만큼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위대하다

20221119

 

살면서 우리는 많은 도전에 부딪힌다. 유아부터 시작하는 어린이집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아이는 엄마, 아빠와 헤어짐을 견뎌야 한다. 실제로 첫 등원을 하면 몇 주간 엄마, 아빠와 함께 생활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시킨다. 이때 부모와 잘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한달이 지나도 떨어지지 못하고 울며불며 엄마의 품에 꼭 안기는 아이도 있다. 도전은 힘들고 아프다. 근데 하나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면 그 만큼 성장하는 것이 이치이다. 아이도 그럴진대, 가장으로서의 삶의 도전은 더 처절한 야생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시작했던 사업이 순탄하게 자리를 잡아 일반 직장인의 2~3배를 벌며 정신적 육체적 여유로움을 느끼며 생활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것이 정지가 되니 내 사업장도 역시 매출이 바닥을 찍고 고정 생활비 조차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동안의 저축으로 생활을 해 나가면서 힘든 경제상황이 언제 풀릴지를 고민하며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2022년 초 코로나라는 터널이 조금씩 그 끝을 보이면서 다시 경제가 활성화 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바껴버린 사회는 나의 사업의 매출을 코로나 전으로 되돌려 놓지 않았다. , 경제, 사회, 문화가 변해버려 더 이상 나의 사업이 그 흐름을 타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5인 가족의 가장이다. 아빠이고, 남편이다. 내가 벌지 못하면 우리 가족은 굶는다.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한다. 8, 6, 4살의 아이들은 장성하려면 20년은 있어야 한다.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대출금, 생활비, 교육비, 보험비등은 인체의 혈액과 같이 한번 막히거나 끊어지면 가정 경제는 무너진다.

송파의 3모녀의 자살이 이해가 가는 내 마음이 너무 섬찟했다. 더 이상 기존의 사업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가 무척이나 힘들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도전을 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그냥 막연히 좋아지리라 낙관하다 보면 뜨겁게 대펴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익어버려 남들의 먹이가 되고 만다. 난 지금 인력사무소의 소장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전의 사업도 병행한다. 새벽에 나와 공사현장에 인부를 배치하고, 영업을 하고, 노임을 나눠주고, 그날 업무를 마감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여전히 새로운 사업아이템을 계속 찾고 시도하고 준비한다. 사람의 일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직장인은 하나의 캐시플로어를 갖고 그것이 다인 줄 알고 있다가 구조조정, 명예퇴직,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언제 나의 밥줄이 끊길 줄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항상 남을 위해 나의 시간과 육체의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 근데 사업은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이다. 고되고 힘들어서 그것을 준비하고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번만 시도해보면 두 번 세 번 시도하고 준비하기는 수월하다. 이미 마음에서 그만큼의 도약을 할 수 있는 힘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난 N잡러이다. 하지만 계속 준비하고 새로운 것을 탐구한다. 지금 이 상황이 또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 잘 나간다고 우쭐할 필요가 없고, 오늘 힘들다고 낙심할 필요도 없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고, 준비하고 있으면 분명히 기회는 오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엄마, 아빠 가장들이여!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알게 될 것이다. 이 것을 알려면 나와의 대화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이런 저런 이어지는 삶의 처절한 도전과 투쟁 속에서 계속 나에게 물어봐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알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만큼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위대하다.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