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야기

놀러가기 좋은 계절? 노가다하기 좋은 계절!

passanger 2023. 3. 6. 14:47

놀러가기 좋은 계절? 노가다하기 좋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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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가을이면 여행도 다니며 변해가는 자연의 얼굴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는데, 아이셋의 아빠로 가장으로서의 삶에는 아쉽게도 이전의 추억만 곱씹을 뿐이다. 가을은 덥지도 춥지도 않아 나들이나 소풍, 외부 활동하기에 참 좋다. 그런데 말이다. 노가다하기에도 참 좋은 날씨가 바로 가을이다. 더운 여름에는 잠시만 작업을 해도 땀이 나고 습도가 높아 업무의 강도가 배가 된다. 추운 겨울은 온몸이 얼어붙어 몸이 잘 움직이지도 않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감각이 무뎌져 작업이 위험해지고 몸의 면역력은 추위로 인해 떨어지기 쉽다. 그리고 온몸은 영하의 날씨와 칼바람을 견디기 위해 눈만 내어 놓고 온몸을 방한옷과 도구로 감싸고 있기에 시야 확보도 평상시 보다 어렵다.

남들은 단풍놀이로 들과 산으로 발을 내딛지만, 우리 노가다 일꾼들은 오늘도 가설계단을 오르고 있다. 가장이란 이름으로 아빠란 이름으로 남편이란 이름으로 새벽 별을 보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먼지 날리는 땅바닥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더 이상 뜨겁지 않고, 바람은 시원하게 땀을 식혀준다. 잠시지만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 깊고 푸른 하늘이 바로 코앞에 있다. 저 멀리 하늘위로 비행기가 하얀색 길을 만들면서 날아간다. 저 비행기에 몸을 싣어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잠시만 머뭇거려도 작업이 진행되지 않기에 바로 정신줄을 잡아야 한다.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다. 가로수의 낙옆이 물들고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도 따뜻하다. 낙옆 대신 흙바닥을 내딛지만 그래도 소중한 내 가족을 위해 흙먼지를 친구 삼아 열심히 뛰어다닌다. 가을은 놀러가기 좋은 계절이지만 노가다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