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야기

노가다 현장에서의 결투! 그 승자는?

passanger 2023. 3. 4. 12:00

노가다 현장에서의 결투! 그 승자는?

2022.10.21

미국 고전 서부영화의 결투 장면을 보면 총잡이 둘이 나와서 순식간에 총집에서 총을 빼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리곤 몇 초 후 화면에서 악당이 땅바닥에 나뒹군다. 우리가 살면서 직장, 직업, 일하는 현장에서 매일 사소한 결투를 하게 된다. 상사와 부하직원과 고객과 가족과 친구와 지인과 동료와 사소한 말다툼에서 보이지 않는 기싸움과 자존심 싸움등등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근데 노가다 현장에서는 매일 목숨을 걸고 현장과 사투를 벌인다. 흔히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나는데 가장 큰 것은 안전불감증에 기인해서 사건 사고가 터져서 순식간에 목숨이나 큰 부상을 입는다. 건설현장은 무거운 자제와 날카롭고 위험한 물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노가다(건설현장에서의 업무)는 바로 그 생명, 목숨 값으로 노임을 받는 것이다. 4-5층의 건물의 보기만해도 아찔하고 삐그덕 거리는 건물 외벽 가설 발판에서 자재를 들고 오르고 내리며 작업을 한다. 큰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있어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관리 업무를 통해 위험을 방지한다. 작은 현장은 그러한 인력이 부족하기에 더 잦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은 주로 시공사의 건축기한을 맞추기 위한 작업의 속도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축기한이 단축되면 단축될수록 이익이 되기 때문에 작업 현장의 안전 보다는 속도에 무게추가 더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다.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시행일 2022.01.27)이 시행됬다. 회사에서 안전이나 보건과 관련된 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망 사고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경우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 법인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새롭게 신설된 법이다. 이는 단순히 처벌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며, 책임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고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처벌을 받게 된다. 제도적으로 조금 더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의 목숨이 보호 받게 되는 좋은 환경이 마련됬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를 할 또 하나의 결투는 말 그래도 노가다 현장에서의 결투이다. 인부들은 노가다라는 힘들고 거친 일들을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예민하고, 노동을 통해 돈을 벌기에 아무래도 몸이 힘들다.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민감히 반응하는 것을 자주 접한다. 물론 성격 좋고 인품 또한 양반 같은 인부들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일을 할 때 혼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2 4 6인 짝수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재를 옮기거나 전달하거나 서로 협동을 하여 일을 하기 때문이다 자재가 크거나 무겁고 길이가 길면 대부분 그렇게 일을 한다.

서로 케미가 좋은 사이면 이보다 재밌고 쉽게 일을 할 수가 없고 시간도 금방 금방 간다. 문제는 견원지간인 인부가 한 현장에 배치 되면 문제가 터진다. 물론 인력사무소 소장이 현장 배치 시 서로의 성향을 파악해서 현장을 할당한다. 매번 문제를 야기하는 트러블메이커가 있기는 하다. 그러면 그 인부는 혼자 작업하는 현장을 보낸다. 근데 크게 문제를 야기하지 않던 인부가 어느 날 문제를 발생시킬 때 면 인력사무소 소장도 예방을 하기는 어렵다.

H아파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4명의 인부가 한팀이 되서 리프트(물건과 사람을 태우고 엘리베이터처럼 상하층으로 이동하는 기구)로 자재를 옮기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자재를 리프트에 올린 후 인부들이 탄 후 이동을 하려는 찰나 A씨와 B씨가 서로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이다 급기야 작은 리프트 안에서 주먹다짐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성을 잃은 두 인부를 말리려고 다른 인부들이 달려들었지만 서로 엎치락 뒷치락 하는 사이 말리던 C씨가 날카로운 자재 끝에 다리를 찔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피가 나고 비명을 지르는 C씨를 두고 A씨와 B씨의 실랑이는 몇 분간 더 지속되었다. 주먹다짐으로 서로 광대와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서 씩씩거리는 두 인부의 결투는 그렇게 끝났다. 그럼 승자는 누구일까? 난 인력사무소 소장으로 두 사람을 그 H아프트 현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승자는 없다. 패자만 있을 뿐, 그리고 두 사람을 통해 현장에서 다른 인부의 안전과 사고가 발생될 수 있기에 재발 방지 차원에서 당분가 그 두 사람은 업무를 할당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관계가 그 시작과 끝이다. 근데 노가다는 살과 살이 맞닿아서 일을 하는 업무이다 보니 그 관계의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 나이가 본인보다 많건 적건 무조건 반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 험담을 하는 사람, 업무에 대해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 행동이 예의없는 사람도 있다(손과 어깨로 툭툭 친다던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데로 남을 대접해야 내가 대접 받는 것이다. 노가다 현장도 작은 사회이다. 일은 누구나 힘들다. 힘듦은 공평하지만 여기도 엄연히 선후배가 있고, 나이의 많고 적음이 있다. 예의가 있는 사람은 어딜가나 반은 먹고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