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야기

인력사무소의 아침

passanger 2023. 3. 4. 11:10

인력사무소의 아침

2022.10.14

 

사람은 살면서 매일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동물과 달리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해도 감정에 휩싸여 이성을 잃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그것이 내 밥벌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 큰 감정적 동요가 몰아치게 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 중에 하나가 인력사무소 소장업무이다 보니, 여러 부류의 사람과 다양한 성품의 사람을 매일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의 일부분은 매일 바뀐다. 인력사무소의 소장은 아침에 나온 인부들의 나이, 업무역량, 성격등을 파악해서 거래처 공사현장에 배치한다. 이때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지 않으면 현장소장과 트러블을 야기하고 무단귀가하기도 하고, 인부들끼리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싸우기도 한다. 또 할수 있는 능력이 다른데 기술공이나 기술공 보조의 업무를 시키면 현장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온다.

따라서 인력사무소 소장은 사무소에 출근하는 인부들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업무하기가 수월하고 거래처에서도 좋은 인부를 작업자로 보내줘서 고마워한다. 게다가 일을 잘하면 거래처 공사현장에서 다른 인부말고 고정적으로 그 사람을 작업자로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인부는 편안하게 직근 직퇴하고 노임도 온라인계좌로 송금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도 인정받아 일하기도 편안하고 매일 이리저리 변동되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한 현장에서 그 공사가 끝나는 시기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 반면 어떤 인부는 근무하는 곳마다 현장소장이 다음부터 이 사람은 빼고 보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작업 중 쓸데없이 말이 많고, 근무 중 담배를 입에 물고 일하고, 전날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출근해 술 냄새에 절여있고, 현장 소장의 작업지시를 무시하고 계속 반론을 제시한다. 동료 작업자들과도 끊임없이 트러블을 일으켜 다른 작업자들이 그 문제를 야기하는 인부와 함께 가지 않겠다고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력사무소 소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이 새벽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일을 달라고 해도 소장은 그에게 일을 줄 수가 없다. 또 어떤 사람은 좋은 현장(가까운곳, 쉬운업무, 친구랑만 가고 싶어하는 거)등등 으로 작업배치를 하면 안 가겠다고 버팅기는 인부도 있다. 본인 역량이 안되서 못 간다고 하면 이해를 하지만 그 작업거부가 수차례 반복되며 습관처럼 일 배치를 거부하는 인부도 있다. 그러면 다른 인부들에게도 영향이 가서 인력사무소 소장은 업무를 할 수 없다. 그땐 과감히 그 인부를 사무소에서 퇴출시켜 인력관리에 악영향이 끼치는 일을 방지해야한다. 인부의 업무가 있듯, 소장의 고유의 업무가 있다. 그 업무를 침해하는 인부가 있으면 그 인부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것은 인력관리의 암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인력사무소 분위기 자체가 흐려져 버리고 만다. 인력사무소소장은 큰 그림으로서 전체 거래처를 관리해야 하고 적재적소에 인부를 배치해야 함으로 인부개개인의 요구사항을 다 수용할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인부의 상황을 파악해서 작업배치를 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묘미이다. 인력사무소는 인력관리의 거의 최종판인 것 같다. 매일 새벽 그 시간이 지나면 큰 일을 치른듯 긴장이 풀리지만 또 인력배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마무리가 되면 뿌듯함 또한 함께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