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야기

노가다 일용직은 파리목숨?

passanger 2023. 3. 8. 10:06

노가다 일용직은 파리목숨?

20221115

파리목숨이라는 말이 있다. 쉽게 남에게 쉽게 죽임을 당하는 보잘것없는 목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가다는 대부분이 일용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용직을 언제 짤릴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천시하는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노가다 인부는 기공과 일반공으로 나눈다. 기공(기술이 있는 인부)은 꾸준히 갈 수 있는 현장, 고정적으로 갈 수 있는 현장이 있기 마련이다. 미장공, 조적공, 목수, 비계공, 할석공등등 다양한 기공들이 있고, 이들의 노임(급여)는 일반 일용직 인부의 1.5배에서 2, 3배까지도 한다. 근데 일반공이라고 하는 일용직 인부는 그날 그날 인력사무소에 나와서 본인의 상황(길찾기, 성격, 노동능력등)에 따라 인력사무소장이 일을 배정한다. 일용직은 대게 청소나 자재정리등을 주 업무로한다. 근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성격이 맞는 인부들과 함께 일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현장소장이 쉬는 시간도 없이 일만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인부들이 현장에서 무단으로 귀가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날 일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공사현장에서 인력사무소에 인부가 필요해서 인력 주문을 할 때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인력사무소장은 가급적 상세히 문의한다. 그래야 인부들이 가서 일을 할 때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주문은 A업무로 하고, 실제 업무는 B, C업무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럼 대부분의 인부는 그 업무를 한다. 근데 그렇지 않고 인력사무소장에게 들은 업무가 아니면 업무를 거부하고 귀가하는 인부들도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지만 이들에게도 사정이있다. 오늘 인력사무소장이 시킨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의 일이라서 공사현장에 나왔는데, 현장소장이 시키는 업무가 내가 할 수 없는 노동강도의 업무를 주면 어떻게든 하루는 할 수 있지만, 그 일을 하면 2-3일은 몸에 부담이 와서 일을 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무에 따라 노임이 다른데 적은 노임으로 비싼 노임의 일을 시키려는 현장소장들도 빈번하다. 일의 노임은 업무의 강도와 기술의 숙련도에 따라 다른데, 이것을 쉽게 무시하는 공사현장에는 인력사무소장도 다시 인부를 근무하러 보내지 않는다. 인력사무소장은 일용직 인부의 최후의 대리인이다. 일용직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고, 오늘 나왔다고 내일 안 나올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엄연한 한 가장의 직업이다. 이들이 오늘 목숨 값으로 벌어가는 일당으로 한 가족의 생계가 유지된다.

가끔 현장소장이 어떤 인부는 다시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소장의 업무지시를 잘 따르지 않거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서 다루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그 공사현장에서 지목된 인부를 배제한다. 하지만 이 노가다 판도 다 사람이 하는 거다. 그렇게 야박하거나 모멸감을 주는 현장은 많지 않다. 현장소장들도 인부들을 잘 챙겨주려고 하고 열심히 일한 인부는 1~2만원씩 노임을 더 올려주기도 한다.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면 인력사무소에서도 인정받고 공사현장에서도 인정받는 것이 또 여기 노가다 판이다. 고정적으로 특정 인부를 계속 보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 만큼 자기 하기 나름인 것이다. 노가다 일용직은 파리목숨 보다는 훨씬 질기고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