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이야기

노가다 일을 하다가 다쳤어요?!(2)

passanger 2024. 9. 10. 07:30

노가다 일을 하다가 다쳤어요?!(2)

20240910

 

건강이 제일이다. 돈이 제일이 아니다. 그리고 난 인력사무소장으로 현장에서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일 근로자에게 안전작업을 지시한다. 간혹 현장에서 술을 먹고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어제 먹은 술이 아직도 냄새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바로 사무소에서 귀가 조치시켜버린다. 현장에서 인원이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건설회사에 얘기하여 이런 이유로 근로자를 적게 보낸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오히려 건설회사에 신뢰를 받는다.

오늘 하루 작업량이 줄더라도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을 하다보면 점심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빈번하다. 만약 그런 일이 내 귀에 들어오면 난 가차없이 인력송출에서 제외시켜버린다. 업무 중 음주는 절대 절대 안 된다. 현장소장이 먹으라고 했다는 개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먹으라는 현장소장도 없지만, 만약 먹으라고 준다고 해도 절대 먹지 말라고 한다. 또한 한 주의 업무가 마무리가 되고 주말이 되면 그때 먹으라고 한다. 주중에도 먹지 말라고 한다. 주중의 음주는 당연히 다음날 여파가 있다. 새벽에 일을 시작하는 건설 현장은 전날 저녁에 술을 먹으면 길어야 5시간 정도의 시간차이가 있을 뿐 여전히 몸 안에는 숙취가 가득하다. 음주사고 나면 나 혼자 위험한 것이 아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 건설회사, 건설회사 소장, 인력사무소장등 여러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 이렇게 강조해도 술을 먹는 근로자는 계속 술을 먹는다. 그리고 사고가 난다. 술을 먹고 다음날 출근도 못하고 전화도 받지 못하고 골아 떨어진 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후회와 자책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인력사무소장은 어떻게 할까? 출역금지, 즉 일을 주지 않는다. 하루 일당이 적어도 15~20만원인데 한주, 두주 정도 일을 못 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나?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서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하며 일 좀 보내달라고 한다. 그러면 속는 셈 치고 또 일을 보낸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술을 먹고 일을 안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사람은 참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인력사무소 업무를 하면서 사람의 생김이 다르듯이 이모양 저모양으로 각 근로자의 성향, 능력, 신용정도를 따라 업무를 배치한다. 어떤 근로자는 우리는 통상 반장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일을 만들어서라도 꼭 업무를 배치한다. 어떤 근로자는 가끔씩 일을 준다. 또 어떤 이는 일을 안 준다. 또 어떤 이는 추가주문이 들어와서 근로자가 모자라면 일을 준다. 이것은 인력사무소장이 기분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의 근로자들의 축적된 데이터로 업무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어떤 근로자는 인력사무소장보다 더 꼼꼼하고 성실하게 현장 업무를 챙기기도 한다. 일명 에이스 근로자이다. 이런 반장님들이 인력사무소의 보배이다. 그렇기에 이런 분들은 더욱 더 대우해준다. 이런 근로자는 한번 현장을 보내면 그 건설현장 소장이 반드시 이런 요청을 한다. “오늘 오신분 계속 우리 현장에 배치해 주세요!” 이런 말이 나오면 되는 것이다. 현장소장이 이런 얘기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래야 고정현장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현장이 끝나는 순간까지 일이 끝이지 않는 것이다. 속칭 대마찌일이 없는 경우가 발생되지 않는 것이다. 쉬운 일 같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안전은 다치지 않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 평상시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 평상시의 내 행동이 노가다 현장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노가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만큼 정직하고 순수한 것이 또 있을까? 내가 오늘 흘린 땀 한 방울의 가치가 오늘 나의 일당이고, 그 일당이 오늘 우리 가족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