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찾아온 겨울, 일자리도, 우리 마음에도..241220
채용시장에도 4계절이 있는듯 하다. 봄과 가을 초입에는 회사에서 공채로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 회사의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채용시장은 수시모집으로 신입경력 유무를 가리지 않고 채용하는 분위기다. 근데 가만히 살펴보면 신입을 뽑지만 내실은 경력이 있는 신입을 뽑는다. 우리 거래처만 하더라도 신입사원 모집에 관련 경력, 또는 유사 경력을 채용시 우대한다. 정규직 모집의 관문을 뚫기가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면접 지원자들 중에 30% 정도만 서류 전형을 통과 시키고 그중에 30%정도만 현장 면접을 진행하는 듯 하다. 다른 기업은 모르겠지만 지금 채용대행 업무 중에 내가 담당하는 기업의 인사 데이터는 위와 같다.
건설인력 시장은 어떤가? 원자재값 인상, 금리인상, 중대재해법등 건설분야는 거의 초상 분위기다. 2~3년 전부터 시작된 업계에 드리운 암운은 2024년 들어서 더 악화되고 이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 오면 건설분야는 비수기에 접어든다. 추운 날씨로 인해 콘크리트 양생이 어렵고 모든 것이 얼어 붙어 현장에서 업무 진행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겨울에는 건설 일자리는 줄어든다. 일자리는 평상시의 절반이나 그 이하로 줄어든다. 현장에서는 아우성이 시작된다. 사람은 넘쳐나고 일자리는 없고, 너도 나도 인력사무소장에게 일 보내달라고 하소연한다. 기술을 갖고 있는 목수, 철근공, 용접공, 미장공등 기술이 있는 인부들이, 단가가 높지 않는 일반잡부라도 보내달라고 한다. 그 만큼 일자리의 결핍은 더 악화된다. 내가 인력사무소 업무를 한 이래로 거의 초창기부터 연을 이어오는 고참 반장님들이 있다. 우리 회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분들이다. 겨울이 오면 일거리가 줄어들어도 난 고참 반장님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한다. 없으면 어떡하든 자리를 만들어 배치한다. 난 그것이 내가 고참 반장님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군대를 가면 이병부터 병장까지 계급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력시장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인력사무소는 무조건 선착순이다. 오래되건 신참이건 나이유무를 떠나 무조건 일찍오는 사람부터 일을 배치한다. 이런 사무소는 그야말로 박터진다. 새벽 4시전에 기상해서 아직 사무소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무소앞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대게 5시에 오픈을 하지만 그전에 나와서 일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은 간절함과 처절함이 묻어난다. 또 어떤 인력사무소는 나이가 젊은 어린 사람들 위주로 사용한다. 1년이 됬든, 5년이 됬든 나이가 많으면 배제하는 분위기다. 소위 팽당하는 분위기다. 물론 나이와 업무의 상관관계가 있다. 힘이 들고 고된 업무는 젋은 사람이 낫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무도 분명히 있다. 근데 인력사무소장의 편견이 나이든 반장님들의 설자리를 없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인력사무소 운영에는 좀 차이가 있다. 우리 인력사무소의 고참 반장님들은 그래서 이런 겨울에도 일거리가 있다. 거의 한달 일요일 빼고 꾸준히 출역한다. 그리고 신참 반장들도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면 중용한다. 그것은 말로만 열심히 하겠다고 얘기하는 사람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은 실행력에서 차이가 나기에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다.
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수십명의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업무를 배치하고 노임을 지급한다. 현장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면 해결하고, 현장과 업무에 관해 논의하며 적합한 인부를 배치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는데 그중에 가장 큰 일이 배치한 인부가 새벽에 연락이 안되거나, 잠수를 타거나, 간다고 하고 현장에 가지않는 일명 '빵구'를 내는 경우이다. 우리 고참 반장들 중에 대부분은 그런 경우가 없다. 근데 습관적으로 빵구를 내는 인부는 계속 낸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겠다고 매번 약속을 하지만 또 그런다. 속을 껄 알고도 또 일을 준다. 매번 사정하는데 또 속아준다. 그래서 그런 인부는 또 그렇게 사용한다. 항상 빵구낼 것을 염두에 두고 제2의 플랜을 꼭 준비시켜논다. 또 어떤 고참인부는 선을 넘는 경우가 있다. 난 왠만하면 고참 반장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그 만큼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근데 난 수십명을 관리하는 소장이다. 근데 인력사무소장으로 업무에 관련된 지적을 하면 기분나쁘다고 한다. 업무에 빵구를 내서 주의해달라고 하면 중요한 일도 아닌데 한번 빵구낸걸 같고 뭘 그렇게 얘기하냐며 오히려 대들기까지 한다. 고참이라 내가 그동안 배려해준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이병처럼 다뤄야 '아, 그동안 소장이 나를 대우해 준것이구나'라고 깨달을 것이다.
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업무를 하다보니 배신도 당해보고 뒤통수도 맞아보고 쌍소리도 들어가며 일을 한다. 그러면서 느끼지만 사람은 참 변하기 쉽지 않은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참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람을 믿고 싶다. 배신을 당하더라도 그 어떤 사람은 날 신뢰하고 나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겨울이다. 나무에서 잎사귀가 떨어지듯 관계를 정리해야 할때가 있다. 봄이 오면 새순이 돋고 새잎이 나오듯 또 새 사람을 맞을 것이다. 두려워 할 일이 아니다. 인생의 법칙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맞는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고 같이 가게 되는 것이다. 싫은 소리 하기가 부담되어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것은 나중에 자신의 팔다리 하나를 떼어내는 고통을 낳을수 있다. 손에서 놓아야지 또 무엇인가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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